안녕하세요! 요즘 날씨 참 좋죠? 양봉장 주변 산세가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는 걸 보니 드디어 양봉인들의 가슴이 가장 두근거리는 '분봉의 계절'이 왔나 봅니다. 저도 오늘은 산에 가는 걸 포기하고 아침부터 농장을 지키고 있어요. 우리 집 월동군 13통 중에서 벌써 한 통이 신호를 보냈거든요. 4~5통 정도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기세라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분봉군을 놓치면 1년 농사 절반이 날아가는 기분이라 다들 유인봉상 준비하시느라 바쁘시죠?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은 제가 현장에서 직접 썩은 벌통 재활용해서 만든 '나만의 유인봉상' 노하우를 좀 공유해 보려고 해요. 초보 시절, 사다리 타고 높은 나무 올라가느라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초보분들께 정말 도움 되는 꿀팁만 쏙쏙 골라 담았습니다.

썩은 벌통의 화려한 변신,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
유인봉상 만들려고 굳이 비싼 새 벌통 쓸 필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손만 대도 부스러질 것 같은, 다 썩어가는 낡은 벌통을 제일 좋아해요. 벌들도 새것보다는 본인들이 살던 집 냄새, 세월의 흔적이 묻은 나무를 훨씬 친숙하게 느끼거든요. 저는 그저께 회수한 낡은 벌통을 반으로 뚝딱 잘라서 4개를 만들었습니다. 모양이 좀 안 예쁘면 어때요? 벌만 잘 붙으면 그게 최고죠.
재활용할 때 팁을 드리자면, 사이즈를 너무 딱 맞추려고 애쓰지 마세요. 틈이 좀 벌어져 있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 틈 사이로 벌들이 드나들며 '아, 여기 살기 좋네'라고 느낄 수도 있거든요. 저는 잘라낸 벌통 위에 굴피(참나무 껍질)를 덮어서 마무리합니다. 굴피를 안쪽으로 넣느냐 바깥으로 빼느냐 말이 많지만, 저는 뚜껑 닫듯이 자연스럽게 덮어주는 방식을 써요. 이렇게 썩은 벌통을 활용하면 무게도 가볍고 설치하기도 편해서 일석이조입니다. 무엇보다 돈 안 들이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도구에 벌이 앉았을 때 그 쾌감, 그건 해본 사람만 압니다!
"장판 하나 올렸을 뿐인데?"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디테일
제가 유인봉상을 만들 때 꼭 챙기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장판'입니다. 사촌 형님께서 하시던 방식을 옆에서 보고 배운 건데 이게 진짜 신의 한 수예요. 유인봉상을 나무 위에 달아두면 비를 맞게 되잖아요? 나무가 젖으면 벌들이 싫어할뿐더러 수명도 짧아지죠. 그래서 저는 벌통 윗부분에 장판이나 두꺼운 비닐을 사이즈에 맞게 딱 붙여줍니다.
이렇게 해두면 비가 와도 안쪽은 뽀송뽀송하게 유지되니까 정찰병 벌들이 구경 왔다가 "오, 이 집 비도 안 새고 명당이네!" 하고 친구들을 데려오는 거죠. 설치할 때도 손잡이 용도로 끈을 길게 빼두면 나중에 벌이 붙었을 때 수거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특히 환태통(통나무 벌통) 위에 바로 올릴 수 있게 바닥 면을 평평하게 잡아주는 게 중요해요. 벌이 유인봉상에 뭉치면 그대로 가져다가 환태통 위에 쓱 올리고 틈만 메우면 끝이거든요. 사다리 위에서 벌 털어내느라 땀 뺄 필요 없는 아주 쉽고 편한 방법이죠.
정찰병을 유혹하는 비법, 밀랍은 아끼지 마세요!
유인봉상을 다 만들었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습니다. 바로 '밀랍 칠'입니다. 제가 궁금해서 실험을 좀 해봤거든요. 어떤 통은 밀랍을 듬뿍 바르고, 어떤 통은 그냥 생나무로 놔둬 봤는데... 결과가 어땠을까요? 밀랍 안 바른 통은 정말 귀신같이 알고 안 붙습니다. 벌들도 본능적으로 친숙한 냄새를 찾아가는 거예요.
저는 황토를 개어서 틈을 메워주기도 하는데, 황토가 마르기 전에 안쪽에 밀랍을 거의 떡칠하다시피 듬뿍 발라줍니다. 정찰병들이 나와서 윙윙거리며 돌아다닐 때, 그 고소한 밀랍 향기가 나야 "여기가 우리 새집이다!" 하고 도장을 찍거든요. 설치 위치도 중요합니다. 벌통 바로 근처보다는 벌들이 분봉 나와서 한 바퀴 크게 돌 때 딱 눈에 띄는 길목, 적당한 높이의 나뭇가지가 명당입니다. 곳곳에 종류별로(사각 벌통용, 환태통용) 달아두면 벌들이 취향대로 골라 앉는 재미도 있어요. 이렇게 미리 준비를 다 해놓으니 이제 벌만 나오면 됩니다. 여러분도 지금 당장 창고 뒤져서 낡은 벌통 하나 꺼내보세요. 직접 만든 유인봉상에 벌 뭉치가 주렁주렁 달리는 모습, 상상만 해도 배부르지 않나요?

오늘 이렇게 제가 평소에 농장에서 분봉 기다리며 하는 소소한 작업들을 소개해 드렸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양봉에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백 명의 양봉인이 있으면 백 가지 방법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저도 처음엔 유튜브나 책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려고 애썼는데, 직접 현장에서 구르고 깨지다 보니 '내 농장, 내 벌'에 맞는 나만의 매뉴얼이 생기더라고요.
오늘 보여드린 유인봉상도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제가 2년 동안 벌들과 부대끼며 터득한 가장 편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초보분들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시도해 보세요. 썩은 벌통 하나 자르는 게 시작입니다. 벌들이 내가 만든 집에 쏙 들어갔을 때의 그 기쁨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든요. 이제 곧 본격적인 분봉 쇼가 시작될 텐데, 다들 사다리 조심하시고 벌 놓치지 않게 준비 철저히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내일은 또 다른 현장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우리 양봉인들, 올해는 모두 '대박' 분봉받으시고 꿀 향기 가득한 한 해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