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키운 지 이제 2년, 나름 ‘벌 좀 안다’고 자부했는데 오늘 정말 큰코다칠 뻔했습니다. 오전부터 벌통 주변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멀리서 봐도 손가락만 한 장수말벌들이 벌통 앞을 점령하고 있는데, 그 특유의 ‘웅~’ 하는 헬기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평소 무서운 게 없는 저였지만, 장수말벌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하지만 이대로 우리 소중한 ‘토봉이’들이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급하게 마트로 달려가 장비를 챙겨 오면서도 마음은 온통 벌통 생각뿐이었죠. 오늘은 제가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장수말벌 퇴치법과 초보 양봉인들이 꼭 알아야 할 실전 대응 노하우를 가감 없이 공유해 보려 합니다.

홈키파와 라이터, 그리고 3중 철망의 긴급 처방
장수말벌을 발견하자마자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마트로 달려가 ‘무기’를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일반 에프킬라보다 분사력이 강한 제품을 골랐고, 혹시 몰라 라이터도 챙겼죠. "이게 될까?" 싶었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벌통 주변을 에워싼 말벌들에게 화염 방사기(?)식 응징을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다 태우진 못해도 기선제압은 확실히 되더라고요. 하지만 살충제는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근본적인 방어책이 필요했죠. 그래서 제가 선택한 건 '3중 철망'이었습니다. 벌통 입구에 망을 3겹으로 겹쳐서 설치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장수말벌은 몸집이 커서 좁은 망 사이를 뚫고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우리 토봉이들이 드나들기 조금 불편해 보여 마음이 아팠지만, 여왕벌이 죽고 벌통 전체가 초토화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말벌의 페로몬 공포와 '잔가지' 위장술의 힘
전투 중에 깨달은 놀라운 사실 하나는 장수말벌의 집요함이었습니다. 한두 마리를 잡았다고 끝이 아니더라고요. 말벌들은 죽으면서도 동료를 부르는 페로몬을 뿜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한 놈을 처리하면 금방 또 다른 놈들이 '헬기 소리'를 내며 날아오더군요. 이때 제가 쓴 비장의 카드는 주변의 '잔가지'들이었습니다. 3중 철망을 친 벌통 입구 앞에 나뭇가지들을 수북하게 쌓아 올렸습니다. 이렇게 하면 말벌들의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말벌이 착륙해서 벌통 내부로 침입하려는 시도를 물리적으로 방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 벌들은 익숙한 길을 따라가지 사이로 쏙쏙 잘 빠져나가더라고요. 벌통 내부를 살짝 확인해 보니 다행히 침투 흔적은 없었습니다. 새 벌통이라 틈새가 없었던 점도 천만다행이었죠. 초보 양봉인이라면 말벌 철에 벌통의 미세한 틈이 없는지 미리미리 점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여름 청바지는 금물, 장비가 곧 생명이다
오늘 사투를 벌이며 가장 후회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제 복장이었습니다. 날이 덥다고 얇은 여름용 청바지를 입고 올라갔거든요. 말벌들이 제 주변을 위협하며 날아다닐 때마다 그 얇은 천 위로 침이 꽂힐까 봐 얼마나 식은땀이 나던지... "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호기롭게 말하던 저였지만, 장수말벌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팅된 장갑과 긴팔 옷을 챙기긴 했지만,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했죠. 다음번 방문 때는 무조건 두꺼운 겨울용 청바지나 전문 방충복을 갖추기로 다짐했습니다. 양봉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가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혹시 지금 양봉을 시작하시려는 분들이 있다면, 장비만큼은 아끼지 마세요. 장수말벌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영리하고 공격적입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3시간 넘게 씨름하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젖었지만, 마음만은 정말 홀가분합니다. 다행히 습격당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발견해서 소중한 두 통의 벌들을 지켜낼 수 있었네요. 입구를 3중으로 막고 나뭇가지로 위장까지 해두었으니, 이제 똑똑한 말벌들도 "여기선 답이 안 나오겠다" 싶어 포기하고 돌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내일은 바빠서 못 올라가 보겠지만, 돌아오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다시 가서 상황을 보려고 해요. 그때는 꼭 ‘전투용’ 두꺼운 바지를 챙겨 입고 가겠습니다! 우리 초보 양봉인 여러분, 말벌의 습격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오늘 제 시행착오가 여러분의 소중한 벌통을 지키는 데 작은 팁이 되었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 주에 더 생생한 벌통 소식으로 돌아올게요! 모두 ‘꿀’ 같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