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형님들께서 정성으로 벌을 치시는 모습이 부러워 양봉을 시작한 것이 어느덧 2년이 조금 지난 3년째 접어들고 있네요. 제가 다니는 교회 집사님도 5년 전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충북 옥천으로 내려가 이것저것 작물을 하다 동네분들의 권유로 양봉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전문가가 되어 매년 저는 꿀을 그분한테 구입해 먹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고 배워가는 입장인지라 많이 부족한 초보예요. 이번 글은 작년 제가 봄부터 정성껏 키워온 벌통들을 산에서 내려와 월동 준비를 마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저는 매일 일지를 써오고 있는데 일지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양봉이라는 게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게 진짜거든요. 일지를 읽다 보니 작년 11월에 쓴 글이 있어 이 글을 토대로 글을 작성하려 합니다.

25년 11월 16일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이게 겨울 맞나?"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되어 우리 벌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손을 봐주기로 했습니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어도 제가 직접 겪으며 깨달은 소소한 노하우들이 초보 양봉인 분들께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자, 그럼 제 봉장 이야기 속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먹이장 보충의 핵심, '십자 모양'의 마법
산에서 내려온 벌통 중에 유독 먹이가 부족한 녀석들이 있어요. 특히 올해 분봉받아 두 칸 정도로 내려온 통들은 그대로 뒀다간 겨울을 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장수말벌 피해를 입은 벌집에서 미리 확보해 둔 꿀장을 위로 올려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팁 하나! 그냥 무턱대고 올리는 게 아니에요. 아래쪽 벌집 나열 방향과 위에서 얹어주는 먹이장의 벌집 방향을 '십자 모양'으로 엇갈리게 지그재그로 놓아줘야 합니다. 전에는 이유를 모른 체 그냥 결대로 올렸었는데, 고수분께 배워보니 이유가 있더라고요. 결을 맞춰버리면 벌들이 이동하는 통로가 미로처럼 막혀버려요. 봄에 확인해 보면 벌들이 길을 못 찾아 한 곳에 뭉쳐 죽어있는 '외통수'에 걸리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십자로 교차해 줘야 벌들이 막힘없이 위아래로 다니며 먹이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벌들의 생존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저만의 실전 노하우랍니다.
따뜻한 곳이 정답일까? 반음지가 명당인 이유
많은 분이 "벌들도 추운데 해 잘 드는 따뜻한 곳에 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셔요. 그런데 제 경험상 월동은 오히려 '반그늘, 반음지'가 훨씬 낫습니다. 지금은 해가 잘 드는 곳에 있지만, 본격적인 추위가 오는 12월이면 저는 벌통들을 가게 뒤편 그늘진 곳으로 옮길 예정이에요. 왜냐고요? 겨울철에 햇볕이 너무 잘 들면 벌통 내부 온도가 올라가서 벌들이 "어? 봄인가?" 착각하고 밖으로 자꾸 나오게 됩니다. 영하의 날씨에 밖으로 나온 벌들은 금방 기운이 빠지거나 길을 잃고 얼어 죽기 십상이죠. 겨울에는 벌들이 최대한 활동을 줄이고 안에서 푹 쉬면서 에너지를 아끼게 해줘야 해요. 활동을 안 할수록 꿀 소모도 적고 건강하게 봄을 맞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겨울에는 해가 일찍 넘어가는 북향이나 그늘진 곳을 월동 장소로 추천해 드립니다. 벌들을 위한다면 가끔은 조금 '차갑게' 대해주는 게 진정한 사랑일 때도 있더라고요.
'과유불급', 너무 과한 보온은 독이 됩니다
11월인데도 날씨가 너무 포근하죠? 이럴 때 마음 급한 분들은 벌써 겉포장을 겹겹이 싸매고 월동 준비를 끝내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 월동 포장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따뜻할 때 미리 꽁꽁 싸매버리면 벌통 안이 너무 더워져서 벌들이 안절부절못하게 돼요. 일종의 '과보온' 상태가 되는 거죠. 저는 보통 사료 포대 한 장 정도만 가볍게 덮어두고, 진짜 추워지는 12월이나 돼야 본격적인 포장을 고민합니다. 벌은 추워서 죽는 게 아니라 먹이가 없어서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먹이장만 든든하면 생각보다 추위를 잘 견디거든요. 특히 저는 올해 꿀 판매를 조금 덜 하더라도 내년에 종벌로 쓸 녀석들을 위해 꿀을 아예 채밀하지 않은 통들도 많아요. 당장의 이익보다는 벌들의 건강이 먼저니까요. 초보자분들도 너무 마음 급하게 먹지 마시고, 날씨의 흐름을 보면서 천천히 대응하시는 게 좋습니다. 자연과 보조를 맞추는 것, 그게 양봉의 시작이자 끝이니까요.
벌들을 키우다 보면 매년 날씨도 다르고 상황도 제각각이라 늘 새롭습니다. 꿀이 잘 된 통도 있고, 비어버린 통도 있어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그게 또 자연의 섭리 아니겠어요? 꿀을 많이 따서 수익을 내는 것도 좋지만, 저는 우리 벌들이 무사히 겨울을 나고 내년 봄에 힘차게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큰 기쁨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린 십자형 먹이장 올리기나 반음지 월동 노하우가 여러분의 소중한 벌들을 지키는 데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제 곧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올 텐데, 벌들도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게 겨울 잘 나시길 바랍니다. 저는 또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며 배운 생생한 이야기들 준비해서 다시 인사드릴게요. 힘든 양봉 길이지만, 우리 벌들이 주는 달콤한 선물을 기다리며 함께 힘내봅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