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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투자

라이프자산운용의 진화 (주주협력주의, ESG향상펀드, 코리아디스카운트)

by 포레스트굿 2026.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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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성장주 열풍 속에서 가치투자는 시대에 뒤처진 전략으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과 그의 동료들은 가치투자의 '실패'가 아닌 '진화'를 선택했습니다. 30년 넘게 쌓아온 투자 철학을 버리지 않고, 오히려 한국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저 PER·저 PBR 종목을 찾는 것을 넘어,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숨은 가치를 끌어내는 '주주 협력주의'라는 독자적 투자 전략으로 4년 만에 운용자산 1000억 원에서 2조 6000억 원으로 성장하며 한국 자본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의 진화 (주주협력주의, ESG향상펀드, 코리아디스카운트)
라이프자산운용의 진화 (주주협력주의, ESG향상펀드, 코리아디스카운트)

주주협력주의, 가치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

라이프자산운용이 제시하는 주주협력주의는 전통적 가치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진화입니다. 이채원 의장은 "과거 가치투자는 숫자를 읽는 투자였다면, 지금은 구조를 읽는 투자"라고 정의하며, 한국 시장에서 가치주가 오르지 않았던 근본 원인이 기업 실적이 아닌 주주 이익을 후순위로 미뤄 온 거버넌스 구조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주주협력주의의 핵심은 단순한 저평가 종목 매수를 넘어, 기업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는 과거 '우호적 행동주의'와도 다른 개념으로, 대주주와 투자자 간 대결 구도가 아닌 '윈-윈' 구조를 추구합니다. 남두우 대표는 "이제까지의 행동주의는 승자 또는 패자(win or lose)의 게임이었지만, 우리가 하는 제안은 받아들여졌을 때 아무도 손해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파이를 키워서 공평하게 나누자는 제안"이라고 설명합니다.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최우선입니다. TSMC 사례처럼 MIT 전 총장, 글로벌 IT 기업 CEO 등 현직 경영자를 능가하는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하여 지배주주를 견제하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제한조건부 주식보상(RSU) 같은 글로벌 트렌드를 국내에 도입하여,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가를 8.5배 끌어올릴 경우 1400조 원대 보너스를 받는 보상안에 주주 87%가 찬성한 사례는, 적절한 인센티브 설계가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구조 개선에 집중합니다. 강대권 대표가 소개한 DN오토모티브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전통 제조업 기반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던 이 기업에 장기 투자하며 지속적인 조언과 고언을 아끼지 않은 결과, 보유 기간 동안 주가는 3.5배 상승하고 연환산 수익률 33%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부터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 펀드를 출시하여 이러한 철학을 더욱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ESG향상펀드, 하락장에서 증명된 신뢰

라이프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라이프한국기업 ESG향상펀드'는 코스피 3200포 인트라는 역사적 고점에서 출범했습니다.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태 직후 신생 운용사로서 수탁과 판매가 모두 막힌 상황에서, 30여 년 쌓아온 신뢰만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시딩과 가치투자 지지 고객들의 도움으로 700억 원 규모로 기적적으로 출범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하락장은 이 펀드의 진가를 증명하는 시험대였습니다. 코스피가 연간 약 25% 하락하는 극심한 약세장에서, 라이프자산운용은 극도로 보수적인 펀드 운영으로 20여 종목에만 집중 투자했습니다. 거품이 꺼지는 시기에도 선별한 종목들은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연말 펀드 수익률은 극적으로 플러스 전환되었습니다. 롱온리(long only)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과를 내며 '잘 깨지지 않는 운용사'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반등기에는 탄력성도 입증했습니다. 코스피가 16% 반등할 때 펀드는 약 30%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특히 당시 급등한 배터리 등 테마주를 단 한 주도 사지 않고 달성한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채원 의장은 "2025년 코스피가 65% 오를 때 펀드는 50% 수익을 기록했는데, 직원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라며 "앞으로 다시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우리의 원칙과 철학만 지키면 된다"라고 강조합니다.

2021년 7월 28일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은 139.8%(연환산 32.17%)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21.31%(연환산 4.6%), S&P500 지수 55.64%(연환산 10.7%) 대비 압도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샤프비율이 1.5를 넘으면서 위험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유수의 펀드들과 비교해 뛰어난 성과를 시현했습니다. 남두우 대표는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만 있었어도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의 계획과 고객 약속 이행, 화려함보다 꾸준함과 일정함을 우선시한 결과"라고 평가합니다.

대체투자에서도 같은 철학이 관통합니다. 남 대표가 2017년부터 주목한 한중엔시에스는 내연기관 중심에서 ESS·전기차 분야로 전환을 시도하던 적자 기업이었습니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고 두 차례 추가 투자로 사업 확장을 지원한 결과, 현재 투자 대비 약 7배 수준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장기 기업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라이프자산운용의 투자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아직 갈 길은 멀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 문제입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가치투자의 진화를 시도한 배경에도 이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책임을 지도록 명문화되면서 후진적 거버넌스 문제는 일정 부분 해소되었지만, 배당세와 상속세 체계, 대주주와 소주주 간 이해관계 불균형은 여전히 남은 과제입니다.

이채원 의장은 "배당세와 양도세의 세율을 일치시키고, 상속세 및 승계 프로그램을 개선하면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사라지고 코스피 5000 시대도 열릴 수 있다"라고 전망합니다. 특히 승계 자격이 충분한 2세, 3세 경영자들에게 기업을 안정적으로 물려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과거 합법이란 이름으로 주주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이 비일비재했던 것은, 기업 가치 차이가 큰 계열사 간 합병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면서 한국 주식의 신뢰를 잃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2026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입니다. 강대권 대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법·세법 개정의 밸류에이션 개선 효과가 본격화되고, 국내 대형 기관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투자가 확대되며 수급 환경 역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다만 상반기 강세장 이후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재부각, 채권 시장 변동성 확대로 다소 울퉁불퉁한 전개가 예상됩니다. 유망 섹터로는 '반도체, 금융, 지주사'를 꼽았습니다.

조직 역량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의 중요한 동력입니다. 이채원 의장의 30년 넘은 트랙레코드, PB 출신으로 국내 최고 실적을 냈던 남두우 대표의 기업금융 역량,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공채 1기로 10년간 안정적 성과를 낸 강대권 대표 외에도 맥쿼리와 크레디트스위스 출신 홍성관 부사장, 운용팀의 이대상·김재형 상무, IB 출신 이시우 상무, 채권과 부동산 전문가 배문성 이사, 인게이지먼트 담당 임예슬 이사 등이 조직의 중심을 이룹니다. 회사 이익의 약 30%를 경영진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매년 성과급으로 배분하고, 매주 목요일 브라운백 미팅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문화도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입니다.

라이프자산운용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급등한 주식이나 거품이 있는 주식에는 DNA상 손이 가지 않습니다. 투자 수익은 기업의 변화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그 기업을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 변화에서 비롯될 수도 있습니다. 후자가 더 빠르고 강력한 단기 수익으로 이어지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 전자에 집중합니다. 어려운 길을 택한 바보스러움이 우리의 비결입니다." 이러한 접근이 결국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의 실질적 해법이 될 것입니다.

 

결론

라이프자산운용의 실험은 가치투자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시대에 맞게 진화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윈-윈' 구호가 현실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는 더 많은 시간과 사례가 필요하지만,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과 시장을 함께 성장시키겠다는 철학은 한국 자본시장에 꼭 필요한 균형 감각입니다. '최고의 운용사'보다는 '유일한 운용사', 가장 높은 수익률보다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운용사'가 되겠다는 그들의 목표가 한국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매거진: https://magazine.hankyung.com/money/article/20251219470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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