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을 열었을 때 검게 변한 소비를 보고 "아직 쓸 만한데"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저도 꼭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이듬해 봄 유충 상태가 무너지는 걸 직접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구소비를 언제 버려야 하는지, 버린 뒤 밀랍은 어떻게 정제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기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폐기 기준: "아직 쓸 만하다"는 감각이 봉장을 망친다선배 양봉인들 사이에서도 구소비 교체 시점에 대한 의견은 엇갈립니다. "3년 이상 된 것만 바꾸면 된다"는 분들도 있고, "해마다 일정 비율은 무조건 갱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연식만 보고 판단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위험했습니다.핵심은 소방(巢房)의 상태입니다. 소방이란 꿀벌이..
소초광을 넣고 사흘이 지나 뚜껑을 열었을 때, 수펄집이 가득 올라와 있는 걸 처음 봤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눈앞이 하얘지더군요. 그날 이후 저는 온도계와 기록 노트를 들고 벌통 앞에 서는 것이 일과가 되었고, 3년간 쌓인 데이터가 지금 이 글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조소 실패는 날씨 탓이 아니라 군세 판단, 사양 농도, 타이밍이라는 세 축이 어긋날 때 찾아옵니다. 조소 실패의 진짜 원인 — 군세 판단이 전부다양봉 1년 차 때 저는 소초광을 그냥 가장자리 소비 옆에 꽂아두면 벌들이 알아서 집을 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5월 초에 투입한 소초광 한 장이 열흘 넘게 방치된 채 결국 폐기됐고, 그다음 해 4월에는 세 장 중 두 장에서 수벌집만 가득 올라왔습니다. 당시엔 날씨 탓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