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에는 급수기에 물만 채워두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봄 내검에서 유충 폐사를 발견했고, 원인을 추적해보니 사흘째 방치된 급수기 물이었습니다. 꿀벌에게 물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육아방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화분 반죽을 만드는 핵심 재료입니다. 급수기 하나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봉군 전체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 직접 한 봉군을 거의 잃을 뻔하고 나서야 체감했습니다. 물 오염, 봉군이 무너지는 가장 조용한 원인첫해 봄이었습니다. 3군 중 1군에서 일벌들이 벌통 밖에서 기어 다니고, 복부가 부은 채 죽어있는 개체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저온 피해를 의심했고, 화분 부족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급수기를 들여다보니 물 표면에 미세한 물때가 끼고 색이 탁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3년 차가 될 때까지 '치료'에만 집착했습니다. 증상이 보이면 약을 쓰면 된다고 믿었거든요.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 봄 한 철에 12개 봉군 중 3개 군에서 유충 이상이 동시에 터지면서야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지금 이 글은 그때의 실패와 이후 2년간 재발 없이 봉장을 지킨 예방 루틴을 고스란히 담은 기록입니다. 부저병·노제마병, 증상 보인 그 순간 이미 늦습니다처음 유충 폐사를 발견했을 때 저는 온도 관리 실패로 오해하고 보온재를 더 감쌌습니다. 그게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보온을 강화할수록 벌통 내부 습도가 올라갔고, 오히려 병원균이 더 빨리 퍼지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결국 며칠 뒤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제가 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