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도 벌통 앞을 떠나지 못하는 초보 양봉인입니다. 여러분, 양봉하다 보면 유독 성장이 더디고 빌빌거리는 '약군'들이 꼭 나오죠? 저도 이번에 세 식민지가 너무 약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일주일 전 점검 때는 여왕조차 없는 통도 있었거든요. 그대로 두면 다 죽을 게 뻔해서, 이번 기회에 세 벌통을 하나로 합쳐 아주 강력한 '어벤저스' 식민지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론으로는 쉬워 보여도 막상 현장에서는 여왕벌을 제거하는 아픔과 벌들의 공격성을 견뎌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었는데요. "더 큰 선을 위한 거야"라고 속삭이며 진행한 눈물겨운 합봉 성공기, 그 생생한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여왕이 없는데 알이 있어?" 수벌의 정체와 과감한 여왕 교체
합봉을 결심하고 벌통을 열었는데, 세상에나! 약해빠진 벌통에 웬 수벌이 이렇게 많은지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엔 "여왕도 없는데 일벌이 알을 낳았나(일벌 산란)?" 싶어서 가슴이 철렁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범인은 제가 설치한 꽃가루 트랩이었어요. 약한 벌통 살리겠다고 트랩을 열어뒀더니, 옆집 강한 벌통에서 길 잃은 수벌들이 만만한 우리 집으로 다 기어 들어온 거였죠. 여왕은 분명히 있는데 벌들이 날개를 파르르 떨며 공격적인 걸 보니, "아, 얘들도 본능적으로 이 여왕으론 안 되겠다 싶구나"라는 느낌이 팍 오더라고요.
결국 합봉을 위해 가장 상태가 안 좋은 여왕을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날개도 낡고 산란력도 떨어진 여왕을 보낼 때는 마음이 참 무거웠지만, 군체 전체를 살리기 위해 도끼(?)를 들었습니다. 여왕을 제거하고 바로 합치는 게 아니라, 한 4시간 정도 그대로 둡니다. "우리 여왕님 돌아가셨대!"라는 소문이 벌통 전체에 퍼져 벌들이 '멘붕'에 빠져야 합봉이 쉽거든요. 벌들이 슬픔(?)에 잠겨 자존심을 버릴 때쯤이 바로 합봉의 골든타임입니다. 초보분들, 여왕 제거 후 이 '소문 퍼지는 시간'을 꼭 기다려주세요. 그래야 합봉 후에 서로 물어 죽이는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소주 한 잔에 취한 벌들, "우린 이제 남이 아니야!" 로비의 기술
드디어 운명의 합봉 시간! 제가 애용하는 비장의 무기는 바로 '소주'입니다. 이 소주의 기술은 큰 아버지께서 가끔 쓴다고 해서 저도 해보니 잘 먹히더라고요. 벌들은 페로몬으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데, 소주를 칙칙 뿌려주면 알코올 향 때문에 서로의 냄새를 못 맡게 됩니다. 쉽게 말해 벌들을 취하게 만드는 거죠. 술기운에 "야, 너 우리 집 벌이야? 아 몰라, 기분 좋다! 우리 친구 하자!" 하게 만드는 원리랄까요? 분무기로 소주를 뿌려주면 긴장감이 확 낮아집니다. 이때 벌통 사이에 칸막이를 쳐서 한꺼번에 만나지 못하게 하고, 구멍을 통해 한두 마리씩 천천히 통성명하게 하는 게 핵심 노하우입니다.
재미있는 건 벌들의 '로비 활동'이에요. 입구를 지키는 경비벌들이 새로 들어오려는 벌들을 검문하는데, 이때 들어오려는 녀석들이 뱃속에 든 달콤한 꿀을 경비벌에게 나눠줍니다. "저기, 제가 꿀 좀 가져왔는데 한입 드시고 저 좀 들여보내 주시죠?" 하는 뇌물 작전인 셈이죠. 지금처럼 꽃가루가 풍부하고 꿀이 흐르는 4월은 벌들이 관대해서 이 로비가 아주 잘 통합니다. 가을처럼 먹이 귀한 계절엔 어림도 없지만요. 소주 샤워와 꿀 로비가 결합하면, 그 어떤 급진파 벌들도 온건파로 돌아서서 서로 손을 맞잡고 춤을 추게 됩니다. 이게 바로 현장에서만 볼 수 있는 양봉의 묘미죠!

"집 나가면 개고생" 털어내기 기법으로 8 매상 완성!
마지막 단계는 나머지 벌들을 합봉 할 벌통 앞바닥에 몽땅 털어내는 겁니다. "아니, 벌들을 땅바닥에 버리면 어떡해요?" 하실 수도 있지만, 이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벌통 입구에서 날개를 윙윙거리며 기어 들어가는 모습은 마치 군대가 행진하는 것 같은 장관을 이룹니다. 이 윙윙거리는 소리는 "우리는 항복합니다, 받아주세요!"라는 신호거든요. 원래 살던 벌통 자리에 아무것도 없으니, 길을 잃은 벌들은 결국 꿀 냄새와 소주 향(?)이 나는 새로운 보금자리로 스스로 기어 들어오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벌통을 열어보니 싸움의 흔적인 사체는 하나도 없고, 세 집안 식구들이 아주 다정하게 모여 있었습니다. 2주가 지난 지금, 이 벌통은 8 프레임이 꽉 찬 아주 강력한 군체가 되었어요. 벌집마다 꿀이 꽉꽉 들어찬 걸 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입니다. 약한 녀석들 셋이 모여 어지간한 강군 못지않은 세력을 형성한 거죠. 초보 양봉인 여러분, 약한 벌통 붙잡고 애태우지 마세요. 과감하게 여왕을 정리하고, 소주 한 병 챙겨서 합봉에 도전해 보세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사람보다 벌들에게 더 어울리는 진리니까요!
마치며: 약함을 인정할 때 강해지는 양봉의 지혜
오늘 세 벌통을 하나로 합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처음엔 "어떻게 여왕을 죽여..." 하며 망설였지만, 결국 2주 뒤 꿀이 가득 찬 8매 벌을 확인하며 제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받았습니다. 양봉은 단순히 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자연의 섭리 안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경영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한 벌들을 억지로 살리려다 다 잃는 것보다, 하나로 모아 강하게 키우는 결단이 때로는 벌들을 위한 진짜 사랑이 아닐까 싶네요.
비록 이슬비 맞으며 쏘이기도 하고 소주 냄새에 취하기도 했지만, 활기차게 비상하는 벌들을 보면 그저 뿌듯합니다. 합봉 기술은 초보에게 높은 벽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소주 마스킹'과 '로비 시간 주기'만 기억하신다면 여러분도 충분히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의 양봉장에도 빌빌거리는 약군이 있다면, 오늘 제 글을 참고해서 '천하무적 8매 벌' 만들기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궁금한 기술이나 합봉 중 겪은 고충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소통해요. 우리 모두 풍밀하는 그날까지, 파이팅입니다!